감동을 주는 글

[감동글] 말 걸기

기찾사주인장 2008. 8. 12. 10:58
[감동글] 말 걸기
  • 글쓴이: 아굴라
  • 조회수 : 0
  • 08.08.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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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걸기


아침마다 산에 간다. 건강이 안 좋아진 뒤로는 산에 가서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좋지를 않다.

산에 가는 길에 형형색색의 예쁜 꽃들이 만발한 집이 있어 걸음을 멈추게 된다.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붓꽃, 접시꽃, 해당화, 작약, 수선화… 그동안 이 길을 지나면서 나는 누가 이 꽃을 가꾸었나 참 궁금했다. 항상 집을 들여다보면 방문은 굳게 닫혀있고 꽃만 피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산에 가는데 연로한 할아버지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 꽃을 돌보고 계셨다. 순간 ‘아, 이 할아버지가 꽃을 기르고 계시는 구나’하는 짐작이 들었다. 인사를 하고 마당 안으로 들어가니 할아버지께서 너무나 반갑게 맞아 주신다.

“할아버지, 이쁜 꽃이 참 많아요. 어릴 때 우리 시골에도 이렇게 꽃이 많았는데…”

그러자 할아버지는 묻지도 않았는데, 줄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신다. 잠시 꽃구경만 하고 산에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계속하셔서 나는 거기 앉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할아버지는 꽃을 너무나도 좋아하시는 할머니가 퇴행성관절염을 앓은 후부터 거동을 못해, 집안에 화단을 만들고 꽃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그 동안 3층에 사시다가 요 근래에는 일층으로 내려와 두 분이 쓸쓸히 살아가고 계셨다. 아마도 자식들 얘기를 한마디도 안 하시는 걸보니 자주 찾아오지 않는 눈치였다.

한 달이 가도 두 달이 가도 누구하나 말 걸어 주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으니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돌보시며 꽃을 가꾸는 재미로 사신다 한다.

“이 꽃들 하나하나가 다 내 자식들이지요.”
꽃에 물을 주며 할아버지는 그제서야 허리를 펴신다. 할머니도 밖을 내다보시며 낯선 손님과 할아버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신다.

“젊은이는 어디 사시는가?"
“예, 요 아래 골목에요.”
“지나는 길에 자주 들르게.”
“예, 그럴께요, 어르신.”
집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니 할아버지 얼굴에 엷은 쓸쓸함이 묻어난다.

각박한 도회지의 뒤안길에서 인생의 황혼에 쓸쓸히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 모습을 보노라니 시골에 홀로 사시는 아버지 생각이 나 목이 메인다. 오늘 아침은 마음이 짠하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특별히 내가 해드릴 것은 없지만, 산에 가는 길에 들러 안부를 여쭙고, 함께 꽃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비가 와도 산에 간다. 꽃을 가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말동무가 되어 드리려고. 이제는 많이 친해져서 할아버지는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맞아 주신다.

다음에는 국수를 가져가서 함께 끓여 먹어야겠다. ♣

- 김기드온 / 주교역자. 헤세드공동체 대표




Re: 참 좋은 일 하셨네요. 다음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제가 사는 미국 조지아에 조지아 대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의 한 학장께서 늘 퇴근하는 길에 운동도 할 겸 해서 걸어서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에 늘 휠체어를 타고 어떤 할아버지께서 길에 나와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생각하기를 ‘누구를 기다리나 보다’하며 늘 지나쳤는데, 어느 날 그 할아버지께 다가가서 “할아버지, 누구를 기다리세요?”하고 물었더니 할아버지께서 “그냥 햇빛이 좋고 지나가는 사람 보려고 나와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그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 시간 동안 말동무를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날이면 날마다 지나가면서 할아버지께서 나와 계시는 날이면 늘 한 시간 정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헤어지곤 했습니다. 한 3년을 늘 그 길로 지나다니면서 말동무를 해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감기라도 드셔서 못 나오셨나 보다 하고 그 길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기도 서서히 할아버지를 잊어가기를 시작하는 석 달 후에 자기 앞으로 낯선 우편물이 한 통이 와서 열어보니 법원으로부터 『지정 유산 상속인』이라는 제목으로 편지가 왔습니다. 내용인 즉, 자기가 늘 말동무 해 드렸던 그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자기 앞으로 미화 300억 불(한국 돈으로 3조원 정도)을 유산으로 상속한다는 법원 결정문이 들어 있은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그 유명한 코카콜라 전 회장이셨고, 그 많은 재산 중에 약 30%를 이 학장님께 유산으로 상속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학장님은 그 돈을 찾아 조지아대학교 발전기금으로 다 내어놓았습니다. 이 분은 젊은 날 한국에 선교사로 가셔서 5년 이상 봉사하셨고, 나중에 미국 대사가 되셔서 한국에 나와서 3년 정도 계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 사람치고 키가 아주 작으시고 한국말도 아주 잘 하는 분인데, 아마 아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 대학교 총장님으로 계십니다.

김기드온님께서도 그 할아버지께 말동무 많이 해 드리세요. (샬롬) ♣

- 김진용 / 교역자. 미국 - 출처 / 해와달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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